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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광복절



  건국일이라니.

  웃음도 안 나온다.

  대체 누구 마음대로 건국 60주년인데?

 

  건국 60주년이라면 우리나라가 세워지고 60년이 흘렀다는 말인가?

  '반만년의 역사'는 전 국민이 단체로 꾼 꿈에 불과한가.

  분명 대한민국 민주 공화국이 세워진지는 60년이지만,

  이 나라 한반도에, 한민족의 국가가 세워지게 된 데는 분명 몇 천년의 역사가 존재한다.

  적어도 60년에 불과하진 않을거다.

  최초의 통일이라는 통일신라도,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라는 고려도, 60년 전 이야기는 아니다.

 

  '8월 15일'은 1945년 태평양 전쟁이 종결되면서 맞은 우리의 광복절이다.

  대한민국 국경일 중 가장 중요한 날로서

  잔혹한 일제의 탄압과 식민지배 아래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한 채 스러져 간 수 십, 수 만의 민족지사들 거룩한 희생 속에서 맞이하게 된,

  찬란한 자유의 빛이 돌아온 '광복의 날'이란 거다.

 

  물론 일본 지배 아래,

  간사하고도 치욕스럽게 기꺼이 일제의 앞잡이가 된 친일파들에겐 '암흑절'이겠지.

  그 잘난 친일파 후손들이,

  어쩌면 일제보다 더 지저분한 방법으로 착취해 모은 재산을 돌려주지 못하겠다고 재판까지 거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일까.

 

  아직까지도 친일파의 후손들은 대한민국 국민들 그 누구보다도 떵떵거리면서 잘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에 반해 독립운동가들의 자손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광복을 보기도 전에,

  모진 고문과 생활고, 독립 운동의 열악한 환경 속에 대부분 죽음을 맞이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손들 역시,

  그들의 선조들이 나라를 위해 가진 모든 것-심지어는 자신의 생명까지도-을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 대부분 사회 저변에서 불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광복 이후, 일본이 패전하고, 철수한 자리에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친일파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에 대한 물정이 어두운 미군은 행정 등 고위 관리직을 차지하고 있던 기존의 친일파들을 그대로 기용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광복이 되고 정부가 수립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친일파 처벌에 대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한국전쟁 이후 친일파들은 그들에게 돌아올 비난과 처벌의 화살이 무서워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를 도구삼아 조금이라도 계몽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공산당, 빨갱이라 몰아붙이며 사회에서 매장시켜갔다.

  그때를 상상해보면 정신병자들의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들 심기에 살짝 거슬리기만 해도 졸지에 빨갱이가 되어 형장 이슬로 사라졌으니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 친일파의 후손들과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 

  친일파의 후손들은 과거 그들 조상의 비인간적 행위에도 불구, 되려 인간답게 아주 잘 살고 있다. 

  친일로 모은 아까운 재산을 돌려줄 수 없다며 소송까지 걸 정도로.

  

  물론 친일파의 후손이라해서 무조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출생은 선택할 수 없으므로 조상들이 지은 죄의 대가를 그들이 온전히 치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이라면,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최소한의 사죄는 해야한다.

 

  그들의 조상들은 이 땅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더러운 죄를 저질렀다.

  그 죄로 모은 재산은 결코 그들의 것이 아니다.

  원래 그들의 것이 아닌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겠다는데, 무슨 염치로 소송이란 말인가?

  반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분수에 맞지 않게 충분히 배불렀을텐데 대체 뭐가 모자라서.

  거기다가 이제는 과거의 죄를 역사 속에 감추려 멀쩡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니.

  수치와 자존을 모르는 낯 뜨거운 그들의 행위에 구토가 나온다.

  

  과거 프랑스에서 나치에 굴종했던 사람들의 최후는 어떠했는가.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잊혀지지도 않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라나는 내 후손들에게, 먼 미래의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외쳐줄거다.

 

  부끄럽지만 결코 숨겨서는 안 되는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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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광복절에 쓴 글이다.

이때 일각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었고 

그 기사를 보고 완전 분개하면서 키보드를 부서뜨릴 기세로 글을 갈겨썼다. 



지금 다시 읽으니 당시 분노로 주체 못 한 흥분이 언뜻 보여 조금 웃기기도 하고 

저때와 4년이 흐른 현재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많이 우울하기도 하고 그렇네.  




문득 67년 전 이 날을 상상해봤다.

만주, 한반도 그리고 세계 전역의 한민족에게 퍼져갔을 감동. 전율. 환희.

그리고 우리 손으로 독립을 결정짓지 못 했다는 일말의 아쉬움.



그 날 이후, 이 땅의 역사는 부지런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오늘날까지 달려왔다.


7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세월 동안 우리는 기쁨의 순간도 적지 않았으나 

겪지 않아도 될, 겪지 않아야 할 숱한 고난과 비극의 언덕 역시 함께 넘어왔다. 



앞으로의 역사 또한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선이 가까워 온다.

벌써부터 여기 저기에서 소란떠는 상황에 곧 대선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긴장하자. 

되도록 많이 공부하고 

부디 신중하게 투표하자.


내 손으로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결정지을, 거의 유일하게 합법적인 수단이 바로 선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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