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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데미안 - 알을 깨지 못하는 새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中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나는 그것을 살아보려하지도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가 맞다.


감춰왔다. 

억눌러왔다.


현실은 내게 간신히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이어갈 만큼의 여유만을 허락했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는 것을 나는 포기했다.

마주할 수 없는 답답함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싶어졌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졌지만 그 뿐이었다.

간절한 의지로도 극복할 수 없는 이 무기력함을 견딜 수가 없다.





이 세계는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하다.

새의 연약한 부리로는 도무지 어쩔 수가 없다.

풀 한 포기 눕히지 못하는 허약한 날개짓으로는 세계의 파괴를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갈 수 없다.



알을 깨지 못하는 새의 결말은 너무나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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