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내 얼굴은 손바닥 둘로는 못 가려.
애써보면 이목구비는 겨우 가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보고 싶은 마음도 호수만 한 게 아니야.
내 마음은 바다만 해.
내 마음은 우주만 해.
끝이 없는거지.
한계가 없는거지.
마음이 자꾸, 자꾸만 커져가.
감당할 수 없게.
소심한 내게는 너무나 벅차게.
그래서 눈을 감는거야.
...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거야.